꽃
-함민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 것과 내것 아님의 경계를 나눈 자가
행인들에게 시위하는 완곡한 깃발인가
집의 안과 밖이 꽃의 향기를 흠향하려
건배하는 순간인가
눈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꽃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
풍류마을은
오프닝과 구성이 참 좋구먼, 하고 느낄 때가 있다. 아나운서 목소리도 좋아서 어느새 11시 시간대에 영화음악 프로그램(신영음)보다 풍류마을을 더 자주 듣게 되었다. 가벼운 크로스오버 국악으로 채우는 전반부는 대부분 듣고, 특히 오프닝은 챙겨 듣는다. 오늘도 오프닝과 첫 곡이 좋았다. 녹음해서 올리려 했더니 용량이 커서 안 올려지는구만.
암튼 함민복 시인의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를 인용하길래 찾아보았다.
"(경계로서의)갯벌처럼 살아있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고도 했는데, 글쎄, 감기 덕에 반시체로 어떤 경계에서 오락가락 했으니 갯벌 비슷한 하루이긴 했...나? 어쩐지 갯벌에 대한 훌륭한 다큐멘터리도 보았다. 낙지의 모습과, 생활과, 번식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낙지를 먹을 때마다 떠오를 것 같다. 갑각류를 뽀개 먹는 강한 낙지, 낙지 집 근처의 갑각류 무덤들, 낙지 알들이 부화하는 모습, 100일간 먹이사냥을 하지 않고 알들을 돌보다 굶어죽는 어미 낙지, 갓 태어난 낙지새끼가 본능으로 먹이를 먹고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 이런 것들. 소낙비를 맞는 망둥어를 '물폭탄 맞는 망둥어'로 찍어낸 화면도 멋졌다.
뭐, 그런 하루였다...갯벌같은 하루는 아니었던 것 같다.
꽃이 피는 하루는 더더욱 아니었다.
지금이 어떤 경계일 거라는 생각이었는데
아닌가 보다. 소름 돋도록 많은 생이 움직이는 소리도 안들리고
꽃 향기 또한 어림없다.
여기가 어드메뇨, 경계가 성립하려면 '담장 밖'세계가 존재해야 하는데
함민복 시인의 담장 밖 바닷길을 나는 알지 못한다.
변방만 있고 경계는 없는 곳
내가 만들어내고 내가 갖힌 초라한 세계에선 철책은 철책일 뿐
흠향할 그 무엇이 없다능.